반신불구 될 거라던 배우 임동진, 결국…

‘설상가상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은 연거푸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극에서 굵직굵직한 연기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임동진은 갑상선암을 겪은 후 뇌경색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습니다.

얼굴이 파랗게 찔려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사에게 사흘 안에 장례식 준비를 하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임동진은 방송을 통해 충격적인 근황을 전해왔는데요. 오늘은 갑상선암을 겪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임동진의 근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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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최적화 베테랑 배우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브라운관에도, 스크린에서도 모습을 감추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서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도 아니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일 때면 건강 문제를 걱정하게 됩니다.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발성으로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배우 임동진은 갑자기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모든 작품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였지만 그는 특히 사극에서 그 능력을 크게 발휘했습니다.

한명회에서는 김종서를, 왕과 비 에서는 수양대군인 세조를, 정도전에서는 최영 등 모두 굵직굵직한 역할들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힘든 시절 함께 보낸 이정길

위엄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임동진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북 출신인 그의 부모님은 한 살짜리 임동진을 등에 업고 월남에 인천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에 정착한 지 5년 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임동진은 1.4 후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부산 피란길에 올랐지만, 그곳에서 혹독한 가난과 어머니의 별세를 겪어야 했습니다.

10살이 되기 전부터 소년가장이 되어 4명의 동생과 함께 살아야 했던 그에게 세상은 원망스럽고 때로는 증오스럽게 같이한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이후 임동진은 서라벌고등학교 시절 연극부에서 활동합니다. 당시 연극부에서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배우 이정길 입니다.

두 사람은 절친사이로 우정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임동진은 “정길이는 그야말로 진짜 친구다. 내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을 수 있고, 저쪽 이야기를 다 내가 들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그게 정길이다. 정길이도 마찬가지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임동진은 “저는 정길이 어머니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 항상 우리가 오면 ‘내 새끼들 왔구나’라고 반겼다. 그리고 정길이와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가정적으로도 그렇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도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 많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정길 역시도 “동진이는 정말 감성이 풍부한 친구였다. 그리고 사내들 세계였지만 서로의 아픔이 있었다. 그걸 이야기하면서 눈물도 같이 흘렸다. 그런 게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친구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배우의 길을 걷다

그렇게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임동진은 성인이 되어 연극무대에 데뷔하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64년 연극 생명 으로 데뷔한 후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매체에서 활동했습니다. 1983년에는 KBS 대하드라마 개국 서 태조 이성계를 맡아 유명해졌습니다.

87년에는 토지에서 용이 역으로 당시 신설된 KBS 연기대상의 초대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임동진은 많은 작품을 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생과의 사의 경계에서 아내에게 한 말

그러던 2000년경 그는 갑상선암 진단받고 수술했고, 수술로 약해진 몸에 또다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임동진은 갑상선암 수술받은 이후, 다음 해에 급성 뇌경색이 발병해 쓰러졌습니다. 집에 있던 그는 갑작스럽게 쓰러져 호흡 곤란을 겪었습니다. 숨이 막혀왔고 심호흡을 해보려 했었지만 답답한 심장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콩 하는 소리에 밖으로 나와 쓰러진 임동진을 발견했습니다. 임동진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119를 부르려는 순간, 임동진은 아내를 만류하고 옆에 있어달라 부탁했습니다. 구급대를 불러도 소용없을 것 같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응급조치를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1분, 1초의 순간이라도 더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습니다. 호흡 곤란으로 의식이 오락가락하던 순간, 그는 ‘내가 떠나면 장기는 다 기증하고 남은 건 화장해줘 .’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임동진의 아내는 “남편이 가면 그 길을 따라갈 것이다 “라고 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임동진은 너무나도 슬퍼하는 아내의 모습에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잡았습니다.

구급대를 불러달라고 한마디 한 후 정신을 잃었습니다. 쓰러진 임동진은 119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가족들에게 “너무 늦었다. 장례를 준비하셔라.”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임동진은 나흘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반신불구에서 기적처럼 일어서다

그 시간 동안 임동진은 임사체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던 임동진은 예수님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생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감각이 무뎌진 대신 정신은 극단적으로 예민해졌어요.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꼼짝 못 하고 누워만 있게 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은 뒤 일반 병실로 옮겨졌는데 담당 의사가 들어오더니 아내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밖에 나가 한참 있던 아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왔고 임동진은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됐다 라는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고 합니다. 과장되게 밝게 행동하는 아내를 보며 무언가 감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뭐라셔? “하고 물었더니 아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말투로 뭘?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똑바로 얘기해. 내가 평생 연기만 한 사람인데 당신 연기하는 거 모르겠어? 뭐라고 그러셨어? “하고 화를 냈다고 합니다. 임동진의 다그침에 아내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내는 임동진이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기 몸에 힘을 줘 본 임동진은 실의에 빠졌습니다. 목 위와 손을 제외하고는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는 담담한 척만 했지만, 속에서는 통곡이 솟아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배우잖아요. 그런데 육신이 어긋났으니 이제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래 누군가 한 번쯤은 굳이 나를 위해 역할을 만들어 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다음엔 어쩌지? 그다음엔 어떻게 살지? 그런 생각을 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 그날부터 임동진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1시간씩 소리를 지르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 모두를 병실 밖으로 내몰고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3일 만에 침대 위에 앉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내가 “제발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우스운 꼴 보고 싶어 그러느냐? ‘라고 심한 소리를 하며 병실 밖으로 내쫓았어요. 그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그는 병원 생활 20일 만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깨어날 것도, 움직일 것도 예상치 못했던 병원 측에서는 그의 경우를 그저 ‘기적 ‘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는 퇴원 후 7일 만에 바로 연기를 했습니다.

종교의 힘으로 마음의 병 치료하다

드라마 피아노 에서 임동진은 전직 조직 두목이었지만, 출옥한 뒤 아내의 노력으로 정신을 차리는 개과천선한 인물을 맡았습니다. 그의 아내 역할은 배우 양금석이 맡았습니다. 양금석은 철저한 기독교 신자로 남편의 개과천선을 도운 인물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나님의 뜻으로 기적을 맞이한 임동진은 극 중에서는 양금석의 헌신으로 새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임동진은 연기할 정도로 몸은 회복했지만, 정신적인 후유증은 오래 앓았습니다.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심지어 아내한테마저 매일같이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아내 덕분에 가정의 불화 없이 그 시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죽음의 순간에서 삶을 생각한 것도,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내 덕분이죠. 사실 아내는 그전에도 제가 불행한 어린 시절 때문에 괴로워할 때마다 저를 다독이고 평화롭게 만들어줬어요. ” 그리고 임동진은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목회자가 되기로 합니다.

그의 최근 근황

이후 정년 퇴임으로 목회자의 삶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사는 근황도 알렸습니다. 임동진은 목회 은퇴 이후 선교활동과 교회 부흥회 강사로 초청되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 후 특임 교수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선교활동에 특임 교수 그리고 연극무대 위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의 모습에는 병색이 완연했던 흔적을 남긴 점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갑상선암 수술에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지기까지 했을 때는, 그 누구도 그가 이렇게까지 건강해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의사조차 장례식을 준비하라고 할 정도였으며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임동진은 삶의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고 결국 새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신앙인의 삶 그리고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뽐내며 특임 교수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가 뜻하는 바를 다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